[책마을] 탱고가 싫던 피아졸라, 세기의 사랑꾼 샤갈

입력 2022-04-15 17:51   수정 2022-04-16 01:50

피아노 앞에 다정하게 앉아 악보를 들여다보는 소녀들, 멋진 옷을 뽐내며 무도회를 즐기는 사람들, 햇빛 찬란한 오후 보트 위에서 와인과 음식을 즐기는 청년들.

프랑스 인상파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가 화폭에 담은 그 시대의 장면들이다. 르누아르의 그림엔 걱정도 그늘도 없다. 유한한 우리 인생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 그만의 빛과 색으로 덧칠했다.

행복으로 가득한 그림을 그렸지만, 르누아르의 삶은 불행했다. 어린 시절엔 가난에 시달려 학교도 관두고 공장에서 일했고, 늙어서는 심각한 관절염에 몸부림쳤다. 불행을 감내해야 했던 그의 삶은 역설적으로 100년 넘게 인류를 행복하게 한 작품들을 낳았다. 르누아르는 생의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인생의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히 남는다.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건 인생이나 다른 작품에도 충분히 많다.”

그림 한 점을 본다는 건 화가의 삶이 나에게 오는 일이다. 짧은 음악 한 곡도 작곡가의 일생을 안다면 전혀 다르게 들린다.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은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39인의 클래식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다룬다. 영원한 고전을 남긴 예술가들이 하얗게 지새웠을 그 숱한 밤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책은 음악과 미술을 넘나든다. 고전주의 화풍을 깨고 흑인 하녀와 매춘부를 등장시켜 미술사에서 가장 큰 비판을 받아야 했던 마네가 왜 그런 그림을 그리게 됐는지, 탱고에서 벗어나려 했던 ‘탱고 음악의 대부’ 아스트로 피아졸라가 클래식과 탱고를 접목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경영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클래식 음악과 미술을 다룬 한국경제 뉴스레터 ‘7과 3의 예술’을 연재하며 책을 엮었다. 책 속 작은 주제들은 섬세하다. ‘파격은 나의 힘-일탈과 혁신 사이를 오가다’에는 마네와 구스타프 클림트, 니콜로 파가니니 등이 등장한다. ‘사랑 없인 예술도 없다-최고의 로맨티시스트’에는 마르크 샤갈, 요하네스 브람스,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 아메데오 모딜리아니가 한데 묶였다. 음악가의 이야기를 다루는 페이지에선 QR코드를 찍으면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 유튜브 채널로 연결된다. 책을 읽으며 귀도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가장 친한 친구가 조용한 카페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따뜻하고 솔직하다.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그림,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음악이 어떻게 탄생했고 왜 사랑받게 됐는지를 알려준다. 클래식 예술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다르게 보고 다르게 듣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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